영암설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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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 이야기 도포면

아버지의 홍어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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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옛날에는 생선이라곤 명태나 포로시 먹고 살았어라. 아~참! 우리 아부지는 홍어를 잡숩디다. 우덜은 안 주고 아부지만 잡쉈는디, 크디 큰 홍어를 사다가 정제 천정에다 달아매 놓고, 왔다 갔다 함시로 칼로 한 점씩 잘라서 드십디다.
 여러 날 두고 먹는디 안 썩어라우. 지금 생각하면 발효가 됨시로 꾸덕꾸덕 말라간 놈을 잡수신 것 같아라. 냄새가 징하게 나지라. 아부지가 잡수신 께 우리도 궁금해서 가보면 썩은 냄새가 폴폴 났어라. 보기에도 시커멓게 생겨갖고 우웩~ 소리 나지라.
 그전에는 정제가 바닥이고 벽이고 그을려서 시커멓게 생겼잖아요. 거그다 연기 자욱한 정제에 걸려있는 시커먼 홍어는 최악이지라. 정제 한 쪽 벽이 퉁~ 뚫려갖고 대나무로 얼기설기 막아놓아서 그리로 바람이 통한께 그나마 냄새가 덜 나제. 홍어 썩은 냄새 맡아봤소.
 아부지는 딱 그 때만 정제에 들어가서 홍어 한 점 썰어먹고 나와라. 평소에는 안 들어가고, 홍어 먹을 때만 들어가. 걸어 놓은 채로 칼로 한 점씩 잘라서 먹지. 거의 한 달은 두고 잡수신 것 같습디다. 그냥 생체로 먹지 고추장 같은 것 안 찍었어라.
 막걸리 큰 사발로 쭉 들이키고 홍어 한 점 뜯어 잡수시고, 또 한 사발 들이키고 그랬던 것 같아라. 홍어를 아껴 잡수셨지라.
 홍어가 떨어질 때쯤이면 또 한 마리 사다 걸어 놓는디, 전에는 정제 바닥이 울퉁불퉁한 흙바닥이라 물기가 뚝뚝 떨어져도 상관 없었지라. 그 때는 홍어가 싼 모양이요. 우리 집이 겁나 못 살았는디, 홍어가 그라고 있었당께라. 옛날에는 홍어는 하도 싸서“개도 안 먹는다”했어라.
 인자 어른이 돼서 먹어본께, 홍어 먹을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요.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을 아부지가 즐겼던 것 같은디, 우리는 고추장 맛에 먹지라. 아부지 홍어 맛은 어쨌을까 궁금하기도 하요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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