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암설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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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 이야기 시종면

시골 촌놈 서울 가기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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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우리 어릴 적에는 서울로 간 친구 형들이 설이나 추석이면 고향에 내려 왔는디, 모두 다 통통해 갖고, 피부는 뽀얗고, 옷은 멋지게 입고 내려왔당께. 그러니께 우리 친구들은 누구나 서울 가기를 원했는디, 그중에 뿌사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제일 가고 싶어 했제.
 그 친구는 심이 원체 장사여서 뿌사리 중 최고로 씨다는 고동 뿌사리 였당께. 그 언젠가 초등학교 댕길 때, 그러니까 한 오학년 때 쯤이었는디 다른 마을에도 뿌사리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는디, 두 마을 뿌사리 중에서 누가 더 센지 을 시켰어. 그때 다른 마을 뿌사리를 단 한방으로 코피 내부러 갖고 이겨 불었던 일도 있었어. 그만치 그 친구가 힘도 쎗지만 머리도 비상했거든.
 이 친구가 어느 날은 오더니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하드라고. 서울에 있는 형이 쓴 것처럼 저가 부르는 대로 쓰라는거야
.
“아버지 전상서, 건강은 어떠한신지요.
저는 아버지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.
집에서 놀고 있는 동생을 서울로 보내주면 내가 잘 보살피고 취직도 시켜서 공부도 하게 할랑께 저를 믿고 보내주시기 바랍니다. 참고로 이 참에 석봉이가 시골 갔다 온다는디, 그편에 같이 보내시면 더 좋것네요. 이하 생략”

 이렇게 지그 형이 보낸 것처럼 거짓 편지로 서울 가는데 성공했단 말이여. 그 전에는 그 친구 아버지가 서울을 못 가게 했거든, 고생한다고. 그런디 형이 다 책임진다니까, 믿고 가라고 하신거야.
서울 도착해서 형에게 연락 했으나, 중국집에서 식당일을 하던 형이 쉬는 날이 아니라 못 만났어. 며칠 후 일요일이 되어서 만났는데, 형이 보자마자 빰을 때림시로“뭐하러 왔냐, 그냥 내려가라”고 하드라는 거야.
 그래서 그냥 내려 올 수도 없고 해서 할 일 없이 시내버스만 타고 이리 저리 돌아 다녔는데, 탔던 버스가 손님이 많아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있었어. 근디 어떤 신사의 목에서 이가 한 마리 나오더니 그 옆 사람 어깨로 기어가더니 또 다른 사람한테 옮겨 가더래. 그것을 보고 서울이 그만 정 떨어져 다시 고향으로 내려 온거야.
 그 후 그 친구는 얘기 할 때 마다“서울은 빰 맞고 이가 득실거리는 곳이어서, 갈 곳이 못된다”고 맨날 말하고 다녔당게. 근디 이상한 것은 부모님이‘형이 오라고 해서 갔는데 왜 그냥 왔냐’고 묻지를 않더라는거야. 돌아가실 때까지 안 물어보더래.
 그 뿌사리 친구는 뭐라고 둘러댈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답이 없드래. 그래서 물으시면 솔직하게 거짓말로 편지를 썼다고 할라고 그랬는디 안 물어보시더래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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