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암설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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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 이야기 금정면

강아지라면 물릴텐데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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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내가 육이오때 영암 역리로 시집 갔어라. 전쟁 나고 열여덟 살 때 그리 피란 갔다가 소개로 여웠어라. 아부지가 나를 여워놓고 얼마나 딸이 보고 싶었으면 내 윗도리를 방에다 걸어 놓고 냄새를 맡더라고 합디다. 일 년 지나니“이제는 딸래미 냄새도 안 난다”고 웃도리를 허쳐 버리라 했다는 말을 들어서라.
 없는 집으로 시집가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“강아지 새끼 같으면 물리기라도 할텐디”하면서 한 숨 지으셨다고 합디다. 한 푼이라도 벌라고 둔덕재를 넘어 댕기며 여그서 고사리 같은 것 뜯어다가 영암장에 내다 팔았어라. 둔덕재가 요라고 깔끄막이 손바닥 같은 재였어라. 이십 리도 넘을 길을 넘어 다녔어.
 그렇게 없이 살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밥 주고, 옷 떨어진 사람에게 옷 주고, 잘 곳 없는 사람에게 자라하고 그랬어라. 내 집 온 사람에게 줄라고 밥상도 사고 그랬어라. 그라다 본께 거지들이 그라고 많이 옵디다.
 친정아버지 말씀이“애기 어매가 왔다가 그냥 나가면 지붕 몰랭이가 운다”고 하셨제. 말 하자면 애기 엄마가 왔다 그냥 가면 서운하니까 그렇게 했든거제.
 나는 전쟁을 봤은께 절대로 남에게 웬수진 사람 없이 돕고 살라고 하요. 그래서 그런지 그 난리통에도 우리 식구는 하나도 안 죽었어라. 마을이 다 타버린 속에서도 살아 남았당께라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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