영암설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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옛 이야기 금정면

맹감나무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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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내가 인공 때 스무 살이었는디 용케 살아났어. 여그 사람들은 인공 때 많이 죽었는디, 빨치산한테 당하고 군인한테 당하고 양쪽에서 다 당했어. 죄 없는 여그 사람들만 불쌍한디 사실은 여그 현지 사람들한테 당한 것이 젤 크지.
 나는 식구들 데꼬 쩌기 내산으로, 남송 뒷산으로 많이 도망 다녔어. 그때는 다들 새벽밥 먹고 산으로 도망갔어. 산에 가면 여그 저그 사람들이 숨어있어. 집에서 싸간 꽁보리밥 먹고, 거그서 골짜기 물 먹고 견뎠는디, 배가 고플 때는 별 것을 다 먹었어. 나무껍질도 많이 먹었어. 누릅나무 껍데기를 깨물면 찐덕찐덕하니 계속 깨물면 찰져. 찰져서 찐덕찐덕한 게 나오는데 먹을 만 해.
 뭣이라도 해 먹을라치면 냉갈이 나서 금방 들통 나. 우리는 누가 보고 쫓아올까 무서워서 함부로 불을 못 핀디, 거 산에서 오래 산 빨치산들은 사는 요령이 다 있더라고.
 맹감나무라고 아요, 요만치 삘가니 열매 열리는 것인디, 질게 넝쿨처럼 자란 맹감나무를 잘라서 불을 때면 냉갈이 안 나요. 신기하게 잘 타. 거그다 밥을 해 먹어. 국도 끊이고, 이것 저것 잡아서 구워먹고, 깨구락지도 잡고, 칡이랑, 버섯, 도라지, 고구마, 보리, 콩, 밤, 호박 이랑 닥치는 데로 먹지, 뭘 고를 것이 없이 뭐든 먹어야 살제.
 싸리나무도 냉갈이 잘 안 난께 빨치산들이 땔감으로 싹 가져가 버려. 하도 없으면 그냥 생으로 먹어야제. 그냥 굶든가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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